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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
09
화요일

붉은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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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십자가

늦은 저녁
하늘 양식을 얻어서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비틀거리는 도시의 불빛속에서
첨탑 위의 붉은 십자가는 홀로
세상을 밝히고 서 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그자리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영혼의 등대가 되어
불을 밝히었길래 선혈이 떨어지듯이
붉은 빛으로 빛나는 것일까

세상 사람들의 죄를 대신하여
희생하였음에도
사람들은 망각의 술잔을 비우고
각자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제갈길을 걸어갈 뿐
붉은 십자가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는 고독한 밤

외롭고 지칠법한데도
붉은 십자가는 지치고 힘든
단 하나의 영혼을 위해서
오늘도 첨탑 꼭대기에 매달려
자신의 몸을 붉게 태운다

세상의 크고 웅장한 교회에서
외치는 입술에 맺힌 정형화된 기도가
성령의 눈을 가리는 밤

붉은 십자가는 조용히
오늘밤도 두 팔을 벌린채
피를 흘리며 서 있다

원하고 또 원하건대
오직 주님의 뜻대로
나를 이끌어 가시길

붉은 십자가 아래를 지나며
도로가 이층의 작은 교회에서
귀하게 얻어온 하늘 양식을
마음에 꽉 끌어 안는다

2015년 6월 17일 수요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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