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ple Diary

통플다이어리 - 마음을 나누는 인터넷 일기장

일기장
2021.01
17
일요일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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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끝이 없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공책 한 권을 찢고, 태웠던 기억이 난다.

끊임없이 소용돌이 치던 생각들을 비우려
걸러지지않은 머리 속 단어와 문장들을
얇은 공책에 그대로 쏟아내 보았다.
하지만 내 손은 소용돌이를 따라잡지 못했고
머리 속은 더 어지럽혀지기만 했다.

결국은 쏟아내는 단어나 문장, 내용에 집중을 덜하고
쓰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찾기로했다.
사각사각, 슥삭슥삭 하는 연필소리에 집중하다보니
무슨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쓰고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한 동안 그렇게 필기의 재미를 느끼고 있을무렵
어느새 얇은 공책 한 권은 내 구불구불한 글씨로
가득 채워졌다.

내 글씨가 가득한 공책을 보는 뿌듯함은 잠시,
어떤 내용을 썼는지 처음부터 돌아보다가
난 한 장씩, 한 장씩 공책을 찢을 수 밖에 없었다.

어렸고, 한 참을 성장하고 있던 나는 겨우 1년 가량 이전의
내 머리속의 소용돌이를 다시 마주하는게 몹시 창피하게 느껴졌다.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도 될 것을 혹여 누가 볼까
찢는 것도 모자라 결국 통째로 공책을 태워버렸다.

그 때에는 적나라한 소용돌이로 가득 찬 공책이
창피하고 후회 됐지만, 이제와서는 그것을 태워
없애버린 것이 후회된다.

14년 전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어땠는지,
무엇을 제일 하고싶고 이루어내고 싶었는지
이제와서 다시 궁금하다.

지금의 나는 그 소용돌이를 잊은 것일까?
잃은것일까? 이루어 냈을까? 해냈을까?

지금의 내가 어떤지는 지금의 나에게 물어보는게
맞겠지만, 자신을 똑바로 마주한다는건 여전히 어렵다.


물어볼 이유도 없을정도로 스스로를
잘 알고있는것인지, 아직도 방황을 끝내지 못한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는것인지.
어떻게 다시 이 소용돌이를 헤쳐 나아갈 것인지
물어본다.

또 1년 뒤에 이 글을 보며 얼굴 붉힐 나에게.

2021년 새해를 맞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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