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초침의 속도는 저리 빠르던가

뱁새가아니라오목눈이라구's Diary

뱁새가아니라오목눈이라구 2019-12-26 00:21:41   1103   0

옆구리가 시려움

언제부터 초침의 속도는 저리 빠르던가

다섯 번째 일기

12/25일.
크리스마스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꽤 바빴던 것 같은데, 지금은 심심해서 쓰러질 것 만 같다.
물론 하고 싶은 것들, 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오늘은 정말인지 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벌써 12월 말이라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엥? 시간이 빠르다구? 에이, 하루가 얼마나 긴데? 자, 저 시계를 봐봐. 의자에 앉아서, 저 시계를 가만히 봐보라고, 엄마.
초침이 째깍거리면서 천천히 흘러가지? 저걸 한 시간 정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체감상 24시간을 보낸 느낌일 거야."
내가 어렸을 때 자주 한 말이다.
24시간은 개뿔. 지금 내 위에는 동그란 벽걸이 시계가 있는데, 초침이 하도 빠르게 움직여서 시계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다.
언제부터 초침의 속도는 저리 빠르던가.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성실히 살자.
하고 싶은 것들을 쫓다가 현재의 삶을 포기하지는 말자.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조금 와도 괜찮았을 텐데.
어찌 된 게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내 정신도 오락가락한다.
건망증이 더 심해지는 모양이다! 왜 이러지, 아직 살 날이 많은데.
이건 건망증인가, 아니면 호기심의 증가인가? 가끔가다가 단어의 뜻을 심히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안주하다(安住하다)가 `과거에 안주하다`라는 식으로 쓰여도 되는지 따위를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에서 찾으라며 내 앞에 먼지가 덕지덕지 낀 큰 대사전을 손에 쥐여주셨다.

사전하니까 생각나는데, 우리 집에는 A~Z까지라는 대사전이 시리즈로 있었다.
A 대사전에는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영어단어를 몇천? 몇만 개씩 나열하는 식이다.
책 한 권 한 권을 쌓아올리면 내 허리 위 높이까지 쌓일 정도로 많았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중요한 건..
지금 매우 졸리다는 것이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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